간암과 간경화는 모두 간에서 발생하는 중증 질환이지만, 질병의 본질과 진행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많은 환자들이 이 두 질환을 혼동하거나, 하나가 다른 하나로 발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경화는 간이 오랜 기간 동안 손상돼 구조적으로 변형되고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 질환이며, 간암은 이러한 손상된 간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자라나는 악성 종양입니다. 이 글에서는 간암과 간경화를 혼동하지 않도록 증상의 차이, 진단기준, 그리고 치료 접근법까지 명확하게 비교하여 설명합니다. 정확한 지식은 예방과 조기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증상 차이 – 비슷하지만 확연히 구별되는 징후들
간경화와 간암은 모두 간 기능 저하로 인해 다양한 전신 증상을 유발하지만, 질병의 성격상 증상의 발현 시기와 강도, 종류에 있어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간경화는 수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 간질환으로, 증상이 매우 서서히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거나 피로감, 식욕 저하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간 기능이 손상되고 있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세포가 점점 섬유화 되고, 간 조직이 단단해지며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복수(배에 물이 차는 현상), 하지부종(다리 부종), 황달, 피부 가려움증, 멍이 쉽게 생기는 현상, 여성형 유방, 정맥류 출혈 등이 있습니다. 간경화가 심해지면 간이 독소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혈액 내 암모니아 농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간성혼수(의식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밤낮이 바뀌는 수면장애, 혼란,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이 있다면 간성 뇌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간암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진행되는 악성 질환입니다. 간경화를 기저에 가진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질환의 증상이 중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암은 종양이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고유한 증상이 있으며, 오른쪽 상복부 통증, 덩어리 촉지, 체중 급감, 고열, 식욕부진, 피로감 등의 증상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간암은 짧은 시간 내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간경화로 진단된 환자 중 위와 같은 변화가 나타날 경우 간암을 반드시 의심해야 합니다.
또한 간암은 간 내 혈관, 담관, 림프절 등으로 빠르게 침범할 수 있어 간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며, 황달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복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간경화의 자연경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며, 전형적인 간암의 징후입니다.
즉, 간경화는 비교적 서서히 나타나는 전신 증상과 합병증 중심이라면, 간암은 종양 자체의 성장과 침투로 인한 국소적, 전신적 증상이 급속히 나타난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두 질환을 명확히 구분하고 의심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조기 진단의 관건입니다.
진단기준 – 정확한 구별을 위한 검사 방법
간암과 간경화를 진단하는 과정은 공통적으로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포함하지만, 진단의 목적과 접근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간경화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간 기능 저하 및 구조적 변화 확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간암은 종양 존재 유무와 특성 확인이 주 목적입니다.
먼저 간경화의 경우, 간기능 수치를 나타내는 AST, ALT, 총 빌리루빈, 알부민, INR(국제표준화비율) 등이 주요 지표입니다. 이 수치들은 간의 해독능력, 단백질 합성 능력, 담즙 배출 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며, 장기적으로 수치의 변화가 간경화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혈소판 감소 또한 간경화를 시사하는 간접 지표 중 하나입니다. 간경화가 심화되면 간문맥 압력이 상승해 비장비대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혈소판이 비장에서 파괴되어 수치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영상 검사는 간경화 진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복부 초음파에서는 간의 표면이 불규칙하고 거칠며, 간 크기가 작아지고 비장이 비대해진 모습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FibroScan과 같은 탄성도 측정 장비를 통해 간 섬유화의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어, 간경화의 진행 단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간암 진단은 기본적으로 AFP(알파태아단백), PIVKA-II 등의 종양표지자 검사를 시행합니다. AFP 수치가 200ng/mL 이상인 경우 간암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AFP가 정상이어도 간암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영상 검사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CT 또는 조영증강 MRI는 간암 진단의 골드스탠다드로, 간 내 결절의 크기, 모양, 혈류 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암의 전형적인 영상 소견은 ‘동맥기 조영증강, 문맥기 빠른 소실’이며, 이 소견이 명확할 경우 조직검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비전형적 결절이거나 간경변 위에서 자란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간경화는 간의 기능과 구조적 변화 중심으로 진단되며, 간암은 종양 존재와 악성 여부를 중심으로 진단됩니다. 두 질환은 진단 방식이 다르지만,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감시검사(초음파+AFP 6개월 주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 접근 – 병의 특성에 따른 전략적 차이
간경화와 간암은 치료의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간경화는 원인 제거와 합병증 관리, 간기능 유지가 주된 목표이며, 간암은 가능한 한 조기 제거를 통한 완치 또는 생존 기간 연장이 목적입니다. 이에 따라 치료 전략 역시 달라지게 됩니다.
간경화 치료의 핵심은 원인 질환의 적극적인 관리입니다. B형 간염 환자의 경우 항바이러스제(테노포비어, 엔테카비르 등)를 복용해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C형 간염은 DAA(Direct Acting Antiviral) 복용을 통해 95% 이상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성 간경화의 경우 절대 금주가 가장 중요한 치료이며,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 환자는 체중 감량과 식이조절, 운동이 필수입니다.
간경화의 합병증인 복수, 식도정맥류, 간성혼수 등은 각각 이뇨제, 내시경 치료, 락툴로오스 등의 약물로 조절하며, 경우에 따라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간경화가 말기로 진행되어 간 기능이 거의 상실된 경우에는 간이식이 유일한 근본 치료법이 됩니다.
반면 간암은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BCLC(Barselona Clinic Liver Cancer) 분류에 따라 수술 가능한 초기 간암은 간 절제술이나 고주파 열치료(RFA)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기 간암은 TACE(경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냉동 치료 등이 사용되며, 간경화가 동반되어 간 기능이 떨어진 경우 치료 선택이 제한됩니다.
진행성 간암에서는 최근 각광받는 면역항암제(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나 표적항암제(소라페닙, 렌바티닙 등)를 사용해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약물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종양 혈관을 차단하거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입니다.
중요한 점은 간경화와 간암이 함께 존재할 경우, 간 기능이 치료의 가장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된다는 점입니다. 간 기능이 나쁘면 수술이나 화학요법을 사용할 수 없고, 간이식을 고려해야 하며, 반대로 간 기능이 괜찮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정밀한 간 기능 평가와 다학제 진료가 필수입니다.
간경화와 간암은 같은 간에서 발생하지만 전혀 다른 질병입니다. 간경화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질환으로 기능 관리와 합병증 조절이 중심이라면, 간암은 빠르게 진행되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생존율을 결정짓는 악성 질환입니다. 두 질환은 증상, 진단, 치료 접근이 다르므로 명확히 구별해야 하며, 특히 간경화 환자들은 간암으로의 전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정기적인 검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에 이상 신호가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빠른 대응으로 간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