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는 약 87억 종의 생명체가 공존하는 복잡한 생태 네트워크다. 그러나 인류의 개발, 남획, 기후 변화로 인해 매년 수천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경고한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단순한 종의 손실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과 인류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 글에서는 생물 다양성의 개념과 중요성, 감소의 원인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 그리고 보전 방안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지구 생명망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은 지구상의 생명체가 가진 유전적, 종적, 생태적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것은 생명체가 서로 연결된 복잡한 그물망이며, 각 존재는 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고리다.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 착취로 인해 이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수는 평균 69% 감소했다. 열대우림 벌목, 해양 남획, 도시 확장, 오염 등은 생물 서식지를 파괴하며, 이는 곧 종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기후 변화 또한 심각한 위협이다. 온도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는 서식지를 이동하거나 잃게 만들어, 일부 종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북극곰, 산호초, 개구리 등 기후 민감종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했다. 생물 다양성의 상실은 지구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동식물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존 기반—즉 식량, 물, 공기, 의약 자원—을 위협하는 문제다.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단순한 종이 아니라, 생명 시스템의 균형 그 자체다.
생물 다양성 감소가 불러오는 생태계의 연쇄 붕괴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의 ‘복원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다양한 종이 존재할수록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고, 한 종의 붕괴가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그러나 종 다양성이 줄어들면, 생태계는 더 취약해지고 작은 변화에도 쉽게 무너진다. 예를 들어, 곤충의 개체 수 감소는 단순히 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곤충은 식물의 수분을 돕고, 조류와 포유류의 먹이로 작용한다. 곤충이 줄어들면 식물의 번식률이 떨어지고, 이는 먹이사슬 전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또한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 감소는 인류의 식량 안보에 직결된다. 남획으로 인한 어류 감소는 해양 먹이망의 붕괴를 초래하며, 어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사회의 생계를 위협한다. 생물 다양성 손실은 기후 변화의 가속화와도 맞물려 있다. 숲의 파괴는 탄소 흡수량을 줄이고, 이는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생물 다양성 감소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자 결과다. 즉, 생물 다양성의 상실은 지구의 복잡한 생명망에서 하나의 실을 끊는 행위이며, 그 실이 끊어질 때마다 우리의 생존 가능성도 함께 줄어든다.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곧 인류를 지키는 길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는 ‘생태계 전체를 살리는 접근’이 필요하다. 단일 종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복원해야 한다. 산림 복원, 해양 보호구역 설정, 습지 보존, 도시 생태 네트워크 구축 등이 그 핵심이다.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협약(CBD)’과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통해 2030년까지 지구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인류의 공통된 약속이자 생태 문명의 전환점이다. 또한 개인의 행동도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소비, 인증된 친환경 제품 선택, 불법 야생동물 거래 반대, 지역 생태계 복원 활동 참여 등이 모두 실질적 기여가 된다. 과학과 정책, 그리고 시민의식이 결합될 때만이 생물 다양성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지구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무수한 생명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그 다양성이 사라질 때, 인간의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곧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