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고온다습한 기후 특성상 세균과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됩니다. 특히 음식물의 보관, 조리 환경, 외식 장소 등에서 조금만 소홀해도 식중독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여름철(6~8월) 식중독 환자 수는 전체 식중독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대부분 사소한 위생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여름철 식중독 예방은 ‘생활 속 습관’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본 글에서는 식중독 예방을 위한 음식보관 방법, 주방 및 조리 위생관리법, 외식 시 주의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안내합니다.
음식보관 – 고온다습한 계절, 식재료부터 안전하게
여름철에는 외부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치솟고,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식중독균이 빠르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특히 음식물이 실온에 오래 방치되거나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되지 않을 경우, 몇 시간 만에 대장균, 살모넬라, 리스테리아와 같은 세균이 수천 배까지 증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재료 및 조리된 음식의 보관 방식이 여름철 식중독 예방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먼저, 육류나 어패류, 유제품과 같이 쉽게 상할 수 있는 식품은 구입 즉시 냉장(5℃ 이하) 또는 냉동(-18℃ 이하) 보관이 필수입니다. 쇼핑 후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넣기까지의 시간이 30분 이상이라면 이미 식중독균이 번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생고기나 생선류는 다른 식품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비닐 포장 후 별도의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흘러내리는 육즙이 다른 식재료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조리된 음식은 상온에서 1~2시간 이내에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재가열 시에는 중심 온도가 75℃ 이상이 되도록 충분히 데워야 합니다. 특히 볶음밥, 국류, 조림 등 수분이 많은 음식은 상온에 두면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하루 이상 보관할 경우에는 반드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고는 과신하면 안 됩니다. 냉장고의 온도가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식중독균이 천천히나마 번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냉장고 문을 자주 열지 않고, 내부 음식물은 70% 이하로 채워 냉기가 잘 순환되도록 해야 합니다. 냉장고 청소는 최소 2주에 한 번,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바로 폐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식중독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위생관리 – 손 씻기, 조리도구 분리, 주방 청결이 기본
여름철 식중독 예방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우면서도 중요한 요소가 바로 위생관리입니다. 음식 보관 못지않게 손 씻기, 도마·칼 등 조리도구의 위생, 싱크대 및 조리대 청결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식중독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손에는 수많은 세균이 서식하고 있으며, 손을 깨끗이 씻지 않은 채 식자재를 만지거나 조리할 경우, 세균이 음식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 기름, 공기 중 세균 등으로 인해 손이 쉽게 오염되므로, 조리 전·후, 화장실 사용 후, 외출 후, 생고기나 생선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비누를 사용하여 손바닥, 손등, 손톱 밑까지 30초 이상 꼼꼼히 씻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도마, 칼, 집게 등 조리도구는 교차오염의 대표 경로입니다. 생고기를 자른 도마를 세척하지 않은 채로 채소를 썬다면, 세균이 그대로 옮겨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육류, 해산물, 채소, 과일, 조리된 음식 등 식재료 종류에 따라 도마를 구분해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70℃ 이상 뜨거운 물로 소독하거나 락스 희석액(식품용 소독제)을 이용해 살균해야 합니다.
주방의 청결 상태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싱크대,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손잡이, 조리대 표면 등은 하루 한 번 이상 전용 세제로 닦고 물기를 제거해 곰팡이와 세균 번식을 차단해야 합니다. 여름철에는 하루만 방치해도 음식물 쓰레기에서 악취와 세균이 발생하므로, 반드시 음식물 쓰레기를 매일 버리고 뚜껑이 있는 통을 사용할 것, 그리고 배수구 거름망을 자주 세척하거나 삶아 소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행주와 수세미는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으므로 자주 삶아 사용하거나 햇볕에 건조하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면 일회용 키친타월을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외식주의 – 무심코 먹는 음식, 현명하게 선택하자
여름철에는 나들이, 여행,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외식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러나 외식은 조리 환경이나 위생 상태를 소비자가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식중독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사 먹을 때는 안전성과 위생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첫째, 식당을 고를 때는 위생등급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생등급 지정제’를 통해 위생 우수 식당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식당 입구에 부착된 위생등급 마크(매우 우수, 우수, 좋음 등)를 참고하면 됩니다.
둘째, 메뉴 선택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회, 육회, 날달걀, 생선 초밥 등은 세균 번식이 빠르고 보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가급적 섭취를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찬류나 국류도 재사용 우려가 있는 식당보다는, 1인분씩 제공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냉장 보관 후 다시 데워진 음식은 조리 직후의 것보다 세균 위험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셋째, 야외에서 식사를 할 경우에는 보온/보냉 백이나 아이스박스를 활용해 식재료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하며, 햇볕이 강한 곳보다는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야외활동 중 손을 씻기 어렵다면 손 세정제나 물티슈를 꼭 휴대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넷째, 먹다 남은 음식은 되도록 빨리 섭취하거나 과감히 버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포장해서 가져온 음식은 냉장 보관 후에도 하루 이상 지나면 섭취하지 말아야 하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유아나 노약자가 함께 있는 경우, 안전성에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름철 식중독은 단순히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철저한 실천이 필요합니다. 음식은 항상 신선하게 보관하고, 위생적인 조리 환경을 유지하며, 외식 시에도 조심스럽게 선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손 씻기, 조리도구 구분, 남은 음식 과감히 버리기 등 일상 속 작은 실천만으로도 식중독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올여름,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으로 지금부터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