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 중 하나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또한 쉽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췌장은 음식의 소화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암으로 인해 기능이 손상되면 소화 불량, 체중 감소, 영양 결핍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췌장암 환자에게는 ‘식이요법’이 치료의 일부로 간주되며, 전문적인 영양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본 글에서는 국내외 의료진과 임상영양사가 권장하는 췌장암 맞춤 식이요법을 단계별로 자세히 소개합니다.
췌장암과 영양 불균형: 왜 식이요법이 중요한가?
췌장은 소화 효소와 인슐린 등 대사 관련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하지만 췌장암이 진행되면 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음식의 소화와 흡수가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특히 단백질과 지방의 소화가 어려워져 설사, 복부 팽만, 체중 급감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중에도 이 같은 증상은 더욱 악화되며, 결국 영양 결핍과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는 ‘잘 먹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전문가들은 췌장암 환자에게 “고단백·고칼로리” 식단을 우선 추천합니다. 체중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것이 치료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루 세끼 식사보다는 소량을 5~6회 나눠 먹는 ‘소량 다식’이 권장됩니다.
예로, 아침에 흰 죽과 삶은 달걀, 간식으로 고구마와 바나나, 점심에는 두부조림과 익힌 야채, 저녁에는 생선찜과 쌀밥 등을 조합하면 췌장에 부담을 덜 주면서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식사 전후에는 소화 효소제를 복용하면 흡수율이 올라가며, 식후 체중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관리법입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각 환자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식단을 위해 반드시 임상영양사의 조언을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영양섭취 부족은 치료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음식도 약’이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계별 식이요법 전략: 항암 치료 전·중·후
췌장암의 치료 과정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으로 나뉘며, 각 단계에 따라 환자의 컨디션과 영양 요구량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식이요법 역시 단계적으로 조정되어야 하며, 다음은 단계별 전략입니다.
항암 치료 전에는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시기에는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하며, 닭가슴살, 연어, 두부, 달걀, 삶은 콩 등이 대표적 식품입니다. 아연과 셀레늄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 B군은 면역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같은 채소와 과일을 익혀서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미각 이상, 메스꺼움, 구토, 구강건조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부드럽고 자극이 적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흰 죽, 단호박 스프, 푸딩, 부드러운 빵, 삶은 과일 등이 추천됩니다. 냄새에 민감한 경우 따뜻한 음식보다는 차가운 음식을 권장하며, 물보다는 생강차나 보리차가 속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치료 후 회복기에는 잃어버린 체중과 근육량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식품군을 고르게 섭취하되, 처음에는 유동식에서 반유동식, 연식, 일반식 순으로 식단을 천천히 전환해야 위장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은 하루 2L 이상 충분히 마셔야 하며, 발효 식품이나 유산균이 풍부한 요거트는 장 건강과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환자 스스로 식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작은 접시에 음식을 나눠 담아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피해야 할 식품과 권장 식품: 전문가 조언 정리
췌장암 환자는 단순히 건강에 좋은 음식보다는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흡수가 잘 되는 음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잘못된 음식 선택은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야 합니다.
피해야 할 음식:
- 튀긴 음식, 삼겹살, 치즈, 햄, 베이컨 등 고지방 식품
- 마늘, 고추, 생강, 겨자, 식초 등 자극적인 향신료
- 생채소(양배추, 상추 등), 견과류, 잡곡밥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
-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 에너지 음료, 탄산음료
- 단 음식(케이크, 초콜릿 등)과 알코올
권장 식품:
- 닭가슴살, 흰 살 생선, 달걀흰자 등 저지방 단백질
- 익힌 채소(당근, 시금치, 브로콜리), 부드러운 과일(바나나, 배 등)
- 흰 죽, 감자, 고구마, 백미밥 등 소화가 쉬운 탄수화물
- 요구르트, 두유, 미음 등 유동식 계열
- 고칼로리 영양 보충 음료(전문의 상담 후 섭취)
식욕이 없을 때는 환자의 입맛에 맞는 ‘선호식’을 활용하고, 억지로 식사하기보다는 하루 섭취량을 소분해서 관리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식이요법은 일회성 조언이 아닌, 치료 전부터 회복기까지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관리’로 인식되어야 하며, 정기적인 영양 평가와 맞춤식단 조정이 생존율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췌장암은 치료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의 영양 상태에 따라 치료 반응률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식이요법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생존율과 직접 연결된 중요한 전략입니다. 전문가들은 치료 단계별로 유동적으로 조정 가능한 식단과, 환자의 체중 및 증상에 따라 맞춤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환자 스스로 실천하고, 보호자와 의료진이 함께 관리하는 식이요법은 결국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는 '제2의 치료'입니다.